형가(荊軻)의 역사적 배경과 『사기』 속 이야기
1. 출신과 인물상
형가는 원래 위나라 사람(魏人)이었지만, 이후 연나라로 망명하였다. 그는 문무를 겸비한 지식인이었고, 특히 검술보다는 책략과 언변, 그리고 의리를 중시하는 유협(遊俠) 스타일의 인물로 묘사된다. 『사기』에서도 형가는 무사라기보다는 인격적 신뢰를 중시하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2. 시대적 상황
당시 진나라는 천하를 통일하기 직전으로, 패권주의적 침공을 통해 여섯 나라를 차례로 멸망시켜 가는 중이었다. 연나라는 그중에서도 가장 북방에 위치해 있었고, 진나라의 침략에 직접적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3. 암살 계획의 배경
연나라 태자 단(丹)은 형가의 인품과 지략을 신뢰하여 진시황 암살이라는 최후의 방법을 선택한다. 당시 진나라의 위세를 감당할 힘이 없었던 연나라는, 군사적 저항 대신 시황제를 제거함으로써 상황을 반전시키려는 비상책을 강구한 것이다.
4. 암살의 준비
암살의 명분을 얻기 위해, 연나라는 진나라에 투항한 번역(樊於期)의 목을 형가에게 주었다. 이는 진시황이 번역을 죽이려 했다는 점을 이용해 그 신임을 사기 위한 것이었다. 형가는 이 번역의 머리와 함께 진나라의 지도(督亢之地)를 그린 지도를 암살 도구로 사용하여, 진왕에게 바치는 형식으로 접근한다.
5. 암살 시도
형가는 진나라 수도 함양에 도착, 왕궁에서 시황제를 알현한다. 선물로 지도를 바치는 척하며, 지도를 펼치던 중 숨겨둔 단검을 꺼내 들고 시황제를 찌르려 한다. 그러나 시황제는 재빨리 도망쳤고, 형가는 뒤쫓다가 결국 궁위에 의해 사살당한다.
6. 사마천의 평가
사마천은 형가의 실패를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형가의 의지와 용기, 그리고 절박한 시대적 선택에 깊은 동정을 표하며, 『자객열전』을 통해 정치적 실패자나 반역자도 인물로서의 가치는 평가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